가을의 문턱에서

김문옥목사

수체화가 오색으로 물든 계절의 한 복판에 서서

하늘의 떠가는 구름을 봅니다.

한들한들 정다운 연인들처럼 입맞춤하는 코스모스 사이로

세상을 봅니다.

따사로운 햇빛을 가슴에 담고 잔잔한 커피 향 사이로

일렁이는 거리를 봅니다.

이젠 가을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은 하늘, 세상, 나무, 들판의 곡식들...

모든 것들이 새로워 보입니다.

계절은 수없이 순환하며 똑같은 색깔로 색칠하는 데...

우리네 가슴속에 멍한 여운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우리네 마음속에 채울 수 없는 그 무언가는 어찌해야 할까요?

모두가 삶의 분주함 속에서 이리 저리 뒹구는 낙엽처럼 가슴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늪속에서 희미하게 퇴색하고 있는 현실...

끝내 그것이 서러움으로 아픔으로 가슴의 한복판을 못질하고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예배 때마다 이슬처럼 맺히는 눈가의 영롱한 수정은

앙상한 가지에서 마지막 몸부림...

끝내 이기지 못하고 바람의 배를 타고 떨어지는 낙엽입니다.

십자가의 허리를 휘감았던 나의 작은 손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가슴에 미여지는 외로움은 눈물이 되어 하늘을 향해 뿌려지고 있습니다.

끝끝내 몸부림 속에 다시 추스려 심장에 끌어안은 인생의 십자가

골고다의 십자가를 포기할 수 없어 오늘도 세상을 뒤척입니다.

안돼 이대로는 안된다 외쳐 보지만 항상 제자리에 서 있는 존재의 허무감

반복되는 삶의 유턴이 너무 부끄럽게 합니다.

 

이젠 오색의 물감으로 색칠하여 존재의 의미를 묻는 계절 가을.

다시 한번 내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존재인가?

도저히 대답이 서지 않는 오늘 하루 그냥 그렇게 걸어갑니다.

이른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 해가 석양에서 인사할 때 까지

아무 느낌도 생각도 감각도 느끼지 못한 체 그냥 그렇게 살아갑니다.

이러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고, 신경질도 나지만

머리 맡으로 내려놓은 삶의 배가 노를 재촉하기에 주섬주섬 다시 또 다시 풍랑을 항해합니다.

 

언젠가 나 다운 나를 발견하는 그날까지

그리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노래할 그날까지 쉬지 않고 걸어가렵니다.

나에게도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정답게 마음을 열 수 있는 그런 친구.

눈빛만 봐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원하는지, 생각하고 있는지...교감할 수 있는 친구.

그래서 함께 세상이 외롭지 않다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